선교의 교과서, 성경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교의 책이다. 그러므로 선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원리와 방법론은 반드시 성경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서 흘러나와야 한다. 즉, 성경 전체가 선교의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교회는 성경 전체로부터 선교를 배우지 못하고 어떤 면에서 편식을 해왔다. 다시 말하면 한국 교회의 선교 지도자들이 교회 공동체의 선교를 말할 때 사용하는 성경의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주로 그들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선교의 대위임령’(마태복음 28:20)이나 사도행전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지상명령’(행 1:8)에서 선교의 교훈을 찾는다.

물룬 우리는 그러한 말씀들이 교회와 그의 몸된 지체들이 나가서 선교에 헌신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 도전을 주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 우리가 성경 전체에 걸쳐 나타난 선교 사상에 대해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말일 우리가 그런 작업을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선교운동은 영적으로 고갈되어 허기진 상태에 이르게 되고, 그 기반은 허약해지며, 그 수명은 짧아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해석의 문제?
많은 사람들이 선교가 개인의 경건한 열심으부터 흘러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교는 결코 우리의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열심으로 진행되며, 우리가 하나님을 직면하고 그의 말씀을 통해 그의 음성을 들었을 때, 우리의 삶 속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웃과 우리가 밟는 모든 공간 속에서 열매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선교의 헌신이 특정한 선교 대회나 집회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곳에 참여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선교헌신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적인 장소보다 오히려 기도의 골방에서 매일 매일 묵상하는 말씀을 통해 이루어지고 성장할 때가 많다고 할 수 이다. 따라서 우리는 풍성하고 지속적인 선교를 위해 말씀의 깊은 강으로 헤엄쳐 들어가야 한다. 선교 인식의 지평을 더욱 깊게 하며 좀더 넓히기 위해 우리는 성경 일부가 아니라 성경 전체로부터 선교의 광석을 캐내고 선교의 생수를 퍼 올리는 일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선고학자들은 ‘선교해석학’(missionary heremeneut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영역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선교해석학의 과제는 우리에게 ‘성경의 관점에서 선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교의 관점에서 성경을 보도록’요구한다. 즉,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선교 사상은 성경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교훈중의 하나가 아니라 성경전체를 들어가는 하나의 중요한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창세기에서 계시록에 이르는 성경 전체를 선교하는 거대한 청문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조망해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시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열방을 향해 가지시는 거룩한 선교의지와 그의 백성들을 부르셔서 이 거룩한 사역에 동참토록 하시는 뜻과 목적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경에 일관되게 흐르는 선교사상
일반적으로 한국 교회의 대다수 크리스찬들은 하나님의 선교는 신약 시대에 비로소 시작되었고, 구약에는 선교 사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구약에 선교 사상 있는가?’ 이것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신학자들 간에 매우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구약에 선교사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주후2세기에 활동하던 마르시온(Marcio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매우 경건하고 열정적인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신학자였다. 그러나 마르시온은 구약과 신약 사이에는 모순이 있기 때문에 기독교인이 구약을 경전으로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은 다르다는 것이다. 구약의 하나님은 율법의 하나님으로 잔인하고 피를 좋아하지만, 신약의 하나님은 은혜의 하나님으로 사랑과 용서를 베푸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구약 성경과 신약성경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성(continuity)을 부정함으로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만일 우리가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것처럼 ‘신약에는 선교 사상이 있고 구약에는 선교 사상 이 없다’ 고 강하게 주장하게 되면, 이 역시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성경에 일관되게 흐르는 선교 사상의 측면에서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우리도 본의 아니게 2세기 마르시온의 오류를 다시 반복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교의지를 찾아
왜 많은 사람들이 구약에 나오는 선교 사상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구약의 중요한 관심사가 유대인들의 국가적 미래를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구약은 유대인 중심의 특수한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구원의 보편성 개념이나 이방인을 향한 선교 개념이 차지할 공간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구약을 철저히 오해한 것이다.

우리가 구약을 선교적으로 잘 해석하면 전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보편적 선교 의지를 명확하게 찾을 수 있으며, 우리는 구약에서 그러한 선교의지를 읽으면서 신약 못지않은 뜨거운 선교 도전을 보게 되고, 우리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이 연재는 우리가 구약에 나타나는 ‘선교적 본문'(missionary texts)뿐 아니라 선교사상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구약의 본문을 다루면서 그 배후에 있는 선교의 사상의 깊이를 탐구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작업은 당시 본문을 기록했던 저자의 의도를 살피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삶의 컨텍스트를 가져와 본문과 역동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때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러한 작업을 당시 본문을 기록했던 저자의 의도를 살피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삶의 컨텍스트를 가져와 본문과 역동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때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성경의 어떠한 부분에서도 만날 수 있는 온세계를 한한 하나님의 선교계획을 보면서 시대적 사명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from 선교한국 방동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