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6일 연합뉴스는 이슬람국가(IS) 사태로 잠복했던 이라크 중앙정부와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 갈등이 급속히 달아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년간 IS 앞에서 전략적으로 손잡았던 바그다드(이라크의 수도)와 아르빌(KRG의 수도격인 도시)이 이 공동의 적이 사실상 소멸하면서 비로소 불화를 드러내는 모양새다. KRG가 이달 25일 분리·독립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이 투표는 바그다드 중앙정부는 물론, 이웃 이란, 시리아, 터키와 미국, 유럽연합(EU), 아랍권 등 국제사회가 모두 반대한다. 적성국 이란의 역내 확장을 경계하는 이스라엘만 유일하게 이를 찬성한다. 이란에도 500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이 서북부에 있고 KRG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이란을 불안케 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KRG는 국제사회의 만류와 경고에도 IS 격퇴전에서 높아진 위상과 명분을 내세워 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IS가 빠르게 이라크 서북부를 잠식할 때 지리멸렬했던 이라크 정부군을 대신해 KRG의 쿠르드 전사들(자체 군조직 페슈메르가)은 북부 키르쿠크 주와 니네베 주를 최전선에서 사수했다. ‘죽음에 맞서는 자'(페슈메르가)라는 뜻처럼 거친 환경에서 전투경험이 풍부한 쿠르드족은 중동 지역에서도 전투력을 인정받는다.미국과 EU는 KRG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 IS 격퇴의 선봉으로 내세웠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그다드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민족의 숙원인 ‘쿠르디스탄’을 수립하려 했던 이들에게 IS 사태는 어떻게 보면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다.

쿠르드족은 이라크 북부를 중심으로 이웃 국가까지 약 3천만명이 분포하는 종족이다. 서양의 십자군을 물리쳐 이슬람권을 수호한 명장 살라후딘을 배출한 민족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주권을 가진 민족 국가를 변변하게 수립한 적이 없다.

17세기 말 바반 왕조를 세워 당시 이라크를 지배했던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도 했지만 중동사에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한 피지배 민족이었다. 소수 민족으로서 각 나라에 얹혀야만 했다.

터키에서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 IS 격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테러 조직으로 지정돼 터키 정부의 가혹한 탄압을 받는 처지다. 1991년 걸프전 뒤 사담 후세인 정권을 옥죄기 위해 미국이 이라크 북부 3개주를 비행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인정한 뒤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준 국가조직’을 갖추게 됐다. 바그다드와 아르빌의 정치적 충돌은 원유로도 이어졌다.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쿠르드자치지역에서 나오는 원유 수익은 모두 중앙정부로 귀속되고 인구 비율대로 이 가운데 17%를 KRG에 보내야 한다.

KRG는 이를 대체로 따르기도 했지만 터키를 통해 육로로 원유를 종종 밀수하기도 했고, IS 사태로 중앙정부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돈을 제대로 보내지 않자 이에 반발해 원유를 자체 수출했다. KRG가 분리·독립 투표를 포기하지 않자 바그다드 중앙정부는 실력행사를 시작했다.

14일 의회에 투표에 동참하겠다고 결정한 키르쿠크 주의 쿠르드계 주지사를 해임하는 안을 상정했고, 의회는 이를 가결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는 의회로부터 KRG의 투표를 막기 위한 전권을 승인받았다. KRG는 특히 자치지역 3개주 외에 원유가 풍부한 키르크쿠주와 니네베주 일부까지 주민투표 대상으로 삼아 바그다드 중앙정부를 자극했다.

쿠르드자치지역 의회는 15일 이번 투표의 법적 효력을 보증한다는 결의안을 통과하면서 정면으로 맞섰다. 이번 투표에서 찬성표가 많다고 해도 KRG가 바로 독립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KRG는 투표 가결을 동력삼아 쿠르디스탄을 수립에 가장 근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RG의 수도격인 아르빌은 한국과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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